Q.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방향과 역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저는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이슈 드리븐(Issue Driven)’이라는 생각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과제로부터 시작하라’는 의미에요.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초점을 맞추면 어느 정도 방향이 보이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그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결국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 주변 사람 중 힘든 일이 있거나 아니면 뭔가 좀 잘 안 풀린다거나, 또 좀 더 크게 생각한다면 어떤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라든가 등,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내 마음을 내 심장을 가장 크게 두드리는 문제인지, 그것을 제일 먼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자기 주변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평소 관심 영역이든가 아니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도 생각도 많이 해봐야 합니다. 이것은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일단 내가 ‘하고 싶은’, ‘해결하고 싶은’ 문제(혹은 과제)가 무엇인지 대한 정의를 먼저 해야 한다고 봐요. 일단 이게 첫 번째입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는, 역량으로 넘어가면, 물론 제가 졸업할 당시와 현재 대학생들의 스킬과는 엄청난 차이는 있을 거예요. 지금 학생들이 아마 저보다는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 느낌은 무엇이냐면, 회사에서 볼 때 대학교 4학년이 가진 역량은 서로 크게 다르진 않아요. 결국, 사회로 나와서 자신의 스킬을 더 배워야 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기술적 능력보다는 ‘상황에 관한 판단’이라든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같은 부분들이 회사에서는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회사의 인터뷰를 보러 왔을 때는, 결국 그 사람이 가진 ‘유니크(Unique)한 스토리’가 무엇인지 저는 그 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 예를 들면, 제가 구글의 면접을 볼 때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어요. 저는 영어권에 유학 가본 적이 없거든요. 일본어는 일본에 오래 살아서 한국어 하듯 하지만, 영어는 지금 일본어 만큼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구글 면접을 볼 때 일곱 번의 면접을 봤는데, 한 번만 일본어로 보고 여섯 번을 영어로 봤어요. 영어도 일본에 계신 분들과 싱가포르에 계신 분들하고 화상으로 연결해 인터뷰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냐면, 제가 싱가포르분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분의 질문이 무엇이었냐면,
“당신이 이번 주에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일이 어떤 식으로 제대로 되고 있는지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이며, 그다음에 그 평가한 내용을 가지고 향후 어떻게 개선을 할 것이냐?” 였습니다.
즉,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프레임 같은 것들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제가 영어를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바람에 다른 대답을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그것은 내가 원한 대답이 아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미안한데 솔직히 당신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포인트를 잘 이해 못 했다. 포인트를 다시 한번 천천히 설명 해달라”라고 얘기했죠. 그다음에야 나름대로 대답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생각을 했어요. 면접이 끝난 후 인사 부서에서 연락이 와서 면접이 어땠냐고 저한테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제가 있는 그대로 “내 영어 레벨이 높지 않아 대답을 잘못한 것 같다” 라고 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는데, 이대로 그만두기가 너무 아쉬운 거예요. 제가 가진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래서 인사 담당자에게 장문의 영어 메일을 보냈어요. 그 메일의 핵심이 뭐냐면,
‘내 현재의 영어의 레벨이 사실 구글이 원하는 영어의 레벨은 아닌 것 같지만, 내가 보는 마켓(Market)이 당신들의 목표로 하는 일본이다. 내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일본어를 못하는 상태였지만 엄청 빠르게 적응을 했고 큰 성과를 냈다. 일본 회사에서 냈던 성과만큼 내가 구글로 들어가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나만 보지 말고 내가 구글에 들어갔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나의 적응 능력까지 포함해서 나를 평가해달라’
이게 그때 제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포인트였어요. 물론 직접 피드백을 못 받았기 때문에 그 메일이 얼마만큼 플러스가 됐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뭐냐 하면, 결국 자기가 가지고 있는 스킬은 뭐든지 있을 겁니다. 그다음에 그 스킬를 결국 어떤 식으로 자기의 독특한 유니크한 스토리로서 풀어내는지에 대한 그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이 누군지 알아야 하고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하며, 자기 스스로 정의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만약에 그걸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취업하려고 준비한 회사의 미션(Mission)이라든가 비전(Vision)이라든가, 그 회사가 여태까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왔는지에 대한 내용은 웬만한 검색이면 알 수 있거든요. 그 정도의 리서치는 해놓고 자신이 가진 (유니크한) 스토리와 어떻게 풀어낼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거기로부터 회사는 ‘아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 충분히 적응할 능력이 있고, 그 업무에 대한 직접적인 스킬이 부족해도, 들어와서 협력을 통해 충분히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 역량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구나’ 라고 판단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런 의미에서 ‘내가 어떤 이슈를 해결하고 싶은지 찾아라’. 두 번째는 ‘자신만의 유니크한 스토리를 만들어라’, 저는 이 두 가지를 꼭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하나는 제가 그때 컴퓨터공학과였기 때문에 컴퓨터공학과 수업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사회 나와 보니까 사회는 제가 생각하기에 마치 ‘종합격투기’ 같더군요.
전문가로서 어떤 자신만의 스킬을 가져야 하지만 결국에는 종합격투기처럼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안목과 시야가 더 넓어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폭넓은 시야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그 일이 진행되게끔 만들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대학에는 굉장히 다양한 수업들이 있었는데 ‘왜 내가 굳이 컴퓨터공학 수업만 들었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컴퓨터공학과 다른 방향의, 예를 들어 경영이나 회계, 재무(Finance)라든가, 때로는 인문이라든가 아니면 미술, 역사라든가 이런 수업을 더 들어보고 싶어요.
두 번째는 저는 동아리 활동을 많이 못 했었어요. 당시 기숙사 생활하면서 방송부와 태권도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그것들과 전혀 반대인 '댄스'라든가 아니면 때에 따라 내가 하고 싶은 동아리를 새로 만들어 신입 회원을 새로 모집하는, 그런 어떤 제로베이스부터 무언가 새롭게 만들어보는 일을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사람들이 연결할 힘만 있다면 이들 사이는 나중에 반드시 서로 연결된다고 봅니다. 사회에 나와 보니까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서로 반대라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에는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연결되는 것들이 어떤 점을 만들고 또 그 점들 사이의 연결선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그런 연결선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공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IT를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은 앞으로 IT 공부를 반드시 해야 할까요?
저는 IT에는 두 가지 스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한 가지 예를 들면, 내가 개발자로서 실제 상품을 만드는 데 참여가 가능할 정도의 스킬을 가졌느냐인데, 이런 것들이 컴퓨터 공학(Computer Engineering)과 관련한 기술이겠죠. 따라서 '컴퓨터 언어'를 아는지, '데이터베이스'를 다룰 수 있는지, 때로는 웹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같은 개발자로서의 스킬을 보유했는지가 한 가지 스킬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통찰력(Insight)입니다. 서비스라는 것은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사용자의 피드백을 분석하고, 분석한 결과에 맞춰 다양한 기능을 넣어준다거나 아니면 마케팅 전략이나 서비스 전략을 바꾸는 일명 피봇팅(Pivoting)을 해야 합니다.
그때 필요한 지식은 데이터를 보고 사용자가 뭘 원하는지를 판단하고 분석하는 능력과 통찰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반드시 IT 개발자로서의 스킬이 없더라도 가능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필요한 논리적 사고(Logical Thinking)가 될 수도 있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 대한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가설을 세우는 통찰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IT를 전공했든 전공하지 않았든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만약 본인들이 시간을 들여 또는 컴퓨터 개발 언어가 재밌어서 그 분야를 공부한다면, 그 스킬은 '플러스 알파'가 되겠죠. 그러나 그런 스킬이 없더라도 더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은 데이터를 보고 이해하는 능력, 그 데이터를 보고 '어떤 개선 사항이 있는지를 정리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4학년 때 졸업논문을 쓰잖아요(요즘은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하). 논문을 쓸 때 내용뿐만 아니라 거기에 들어가는 내 논문의 가설이 맞는지 증명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할 겁니다.
그런데 설문조사의 결과 분석하는 방법에는 여러 모델링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은 공학도가 아니라도 어렵지 않게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것들을 수업에서 배울 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해요.
Q.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해외서 한국 뉴스를 접하다 보면, 요즘 학생들은 취업하기가 힘들고, 또 취업하더라도 그리고 열심히 일해도 집을 살 수 있겠는지, 그다음에 결혼하고 애를 낳고 이런 다양한 과정들이 있는데, 그런 과정들을 무척 힘들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안에는 사회적인 문제나 구조적인 문제가 물론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겁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좋은 사회라는 제 나름대로 정의가 있는데, 결국 ‘선택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봅니다.
제가 졸업했을 95년도에 선택할 수 있는 역할과 산업하고, 2022년 현재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역할이나 산업, 경우에 따라 국가를 포함해서 나열해 본다면, 현재가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사회가 과거의 사회 보다 더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선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지만, 또 선택이 많아서 그로 인한 갈등도 그만큼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선택이 더 많아서 오히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졌다고 생각해요.
단지 자기가 실제 선택할 수 있는 부분과 사회로부터 선택받는 부분이 서로 매칭되지 않는, 어떤 사회적인 구조적인 문제로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고 보는데, 그럴수록 저는 다양한 선택지가 많은 사회이기 때문에, 너무 좁게 보지 말고 좀 더 넓게 보면서 다양한 선택지들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자기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또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본인만의 회사라든가 창업이라든가 다양한 선택을 할 때, 결국 자기가 어떠한 '독특한(Unique) 스토리를 가질 수 있는지' 그런 부분들을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지금의 사회는 과거 사람들이 여러 가지 논의를 거쳐서 조금이라도 좋은 판단을 한 결과이기 때문에, ‘과거가, 현재가 좋다 안 좋다’라기보다는 ‘왜 그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과거에 대한 히스토리(History)나 그때의 과정들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하면, 다양한 선택지들이 내 눈앞에 좀 더 잘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